2026년 상반기 경기도에서 500건이 넘는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했다. 교권 침해가 더 이상 개별 교사의 어려움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교육청이 교권 침해 발생 초기부터 교사를 지원하기 위해 약 300명의 교권보호전담관을 운영하려는 것은 현장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300명’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이들을 어디에, 어떻게, 몇 명씩 배치하고 어떤 사건을 맡길 것인가이다. 그동안 교권 침해가 발생하면 교사는 민원 대응, 사실관계 확인, 행정절차, 법률 대응까지 상당 부분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교권보호전담관의 역할은 바로 이 지점을 보완하는 데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초기 상담과 사실관계 확인부터 심리·법률 지원, 갈등조정, 행정절차 지원까지 연결해 교사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경미한 갈등은 대화와 조정으로 풀고, 악성 민원이나 명백한 교권 침해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500건이 넘는 사건에 300명의 전담관을 배치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충분한 지원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권 침해 사건은 모두 같은 사건이 아니기 때문
【경기=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인간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끊임없이 탐색하며 현실의 삶을 규율해 왔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던 '지옥(地獄)'과 '묘지(墓地)'라는 개념은 단순히 사후 세계나 시신이 묻히는 공간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불교와 유교, 민간신앙이 결합하여 백성들에게 도덕적 규범을 준수하도록 유도한 강력한 사회적 기제이자, 인과응보의 원리를 시각화한 엄중한 경고였다. 한자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 안에 담긴 철학적 본질이 더욱 명확해진다. 무덤을 뜻하는 '묘지'의 '묘(墓)'자는 흙 토(土)와 없을 막(莫)자가 결합한 형태다. 이는 인간이 죽어 땅에 묻힘으로써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본질적인 소멸을 의미한다. 반면, 살아있는 인간이 갈 수 없는 땅속 세계의 감옥을 뜻하는 '지옥'은 땅 지(地)와 감옥 옥(獄)으로 구성되어 있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도 생전의 악업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공포와 경각심을 동시에 심어주는 공간인 셈이다. 지하의 왕인 염라대왕이 죽은 인간을 심판하고 가두어 두는 이곳은, 종교적 영역을 넘어 현실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방어벽 역할을 해왔다. 백성들은 사후에 마주할 엄격한
【경기=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경기도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마련한 청년작가전 '우리의 여름에게'는 공공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준다. 전시는 단순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창작과 관람, 작가와 시민, 선배와 후배를 연결하는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제안하며 공공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7월 16일부터 9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청년 작가 26팀이 참여한다. 평면회화와 설치, 미디어, 조각, 공예, 디자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가 한자리에 모였지만, 전시는 장르라는 틀에 작가를 가두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품을 배치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연결하고 해석하도록 구성했다. 전시 제목인 '우리의 여름에게' 역시 상징적이다. 여름은 가장 뜨겁고 역동적인 계절이자 청년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시간이다. 서로 다른 개성과 가능성을 지닌 청년들이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경쟁보다 공존, 획일성보다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경기도미술관이 제시한 '환대와 연대'의 가치다. 공
편의점 음료 진열대에는 '제로', '무설탕', '0kcal'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많은 청소년은 이 표시만 보고 일반 탄산음료보다 건강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어떤 성분이 설탕을 대신하고 있는지까지 확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제는 '무설탕'이라는 문구보다 그 뒤에 숨은 대체감미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로 음료의 단맛은 설탕이 아니라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스테비아 등 다양한 대체감미료가 만들어낸다. 이들은 적은 양으로도 강한 단맛을 내기 때문에 열량과 당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시중 제로 음료 대부분은 당류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고, 열량 역시 일반 음료보다 낮았으며 감미료 함량도 일일섭취허용량(ADI)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안전기준 이내'라는 사실이 곧 '많이 마셔도 건강에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당류 감미료를 장기적인 체중 관리나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대체감미료가 위험한 물질이라는 뜻이 아니라, 장기간 건강상 이점을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제로 음료를 선택할 때 함께
【안산=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반침하 사고는 또다시 우리 사회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경고음을 울렸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원인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반복되지만, 유사한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이제는 '왜 사고가 났는가'보다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광명시 지하사고조사위원회의 발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사위원회는 토압과 연직토압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으며, 구조해석 과정에서 하중 산정 방식이 변경되면서 연직토압이 최초 설계보다 크게 낮게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최초에는 기둥을 기준으로 하중을 산정했지만, 변경 설계에서는 벽체를 기준으로 구조를 해석하면서 하중이 절반 수준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물론 구조해석 기법은 현장 여건과 설계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설계 변경으로 안전성 평가 결과가 달라진다면, 그 변경은 누구보다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설계 변경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설계상의 문제만을 드러낸 것이 아니다. 책임을 규명하는 제도의 한계도 함께 드러냈다. 광명시는 자체 조사위원
【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모님의 산소를 다녀온 뒤 SNS에 올린 글은 정치인의 메시지라기보다 한 아들의 고백이었다. 1921년 전북 완주에서 태어난 어머니. 열여섯 살에 대둔산을 넘어 얼굴도 모르는 신랑에게 시집을 왔고, 열 명의 자녀를 낳아 다섯을 먼저 떠나보냈다.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 한국전쟁의 참화, 가난과 독재를 모두 견디며 한평생 가족을 지켜낸 어머니의 삶은 곧 대한민국 현대사의 축소판이었다. 정 대표는 글에서 어머니가 평생 흘렸을 눈물을 하나씩 되짚는다. 홍역으로 자식을 잃었을 때, 강제징용으로 남편을 떠나보냈을 때, 총살장으로 끌려가는 남편을 바라볼 때,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는 아들을 볼 때, 학생운동으로 감옥을 드나드는 막내아들을 지켜볼 때마다 어머니는 울었다. 그러나 이 글의 핵심은 과거의 회상이 아니다. 부모님의 산소 앞에서 정 대표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어머니 아버지가 꿈꾸셨던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 아들딸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한 문장이 긴 글의 결론이자 정치인의 다짐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다. 그러나 부모 세대가 꿈꾸
【여주=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귀농 12년 차 문기래 농업인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고구마밭 사진은 한 농부의 안타까운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수확을 앞두고 무성하게 자라던 고구마밭은 하룻밤 사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뒤집혀 있었다. 범인은 멧돼지로 추정된다. 피해는 동생의 밭에서 먼저 시작됐다.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고구마밭이 모두 헤집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찾아가 보니 고구마 두둑이 곳곳에서 파헤쳐져 있었다. 문 씨는 멧돼지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울타리 설치를 권했다. 그러나 다음 날, 피해는 자신의 밭으로 이어졌다. 선산 맞은편 고구마밭 역시 초토화됐다. 사진을 받아 본 문 씨는 "애고나, 오호통재(嗚呼痛哉)"라는 탄식과 함께 허탈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마치 멧돼지들이 한 마리씩 한 고랑을 맡아 수확이라도 한 것처럼 두둑을 따라 끝까지 파헤쳐 놓았다"고 표현했다. 농부에게 밭은 단순한 땅이 아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흘린 땀과 시간, 그리고 한 해 농사의 희망이 담긴 삶의 터전이다. 그 터전이 단 하룻밤 사이 무너질 때 농민이 느끼는 상실감은 단순한 경제적 피해를 넘어선다. 수확을 기다리며 견뎌온 계절의 시간이
【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말러의 여름 별장이 있는 오스트리아 아터제(Attersee)로 향하는 길은 음악 애호가들의 순례길이지만, 문학 독자에게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비엔나에서 서부철도를 타고 슈타인바흐 암 아터제로 향하는 길목의 아트낭-푸크하임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대표작 『소멸(Auslöschung)』에서 주인공 프란츠 요제프 무라우가 고향 볼프세크로 향하던 출발점이다. 최근 오스트리아 현지를 답사한 김용운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여정을 기록하며, 베른하르트의 『소멸』과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함께 읽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자물쇠'라는 상징을 통해 권력과 진실의 관계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장미의 이름』에서 수도원 장서관은 자물쇠로 봉인된 지식의 공간이다. 웃음과 비판적 사유를 담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은 금서가 되고, 호르헤 수사는 교회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끝내 이를 숨긴다. 금지된 것은 책 한 권이 아니라 자유롭게 사고할 권리였다. 『소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한다. 볼프세크의 도서관에는 가문의 권위를 떠받치는 가톨릭 서적은 누구나 볼 수 있도
【경기=경기뉴스1/경기뉴스원】 | 정문은 단순히 드나드는 출입구가 아니다. 기관이 국민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문이 열려 있으면 소통을 의미하고, 장벽이 높으면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열린 교육청'을 향한 의미 있는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의 노력으로 오랜 기간 교육청 앞을 지키던 '교원+사서 기간제교사' 농성천막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철거됐고, 청사 출입을 통제하던 스피드게이트도 사라졌다. 이는 단순히 시설을 없앤 것이 아니라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교육공동체와 더 가까이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변화다. 하지만 교육청 정문을 바라보면 여전히 눈에 들어오는 시설이 있다. 바로 정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대형 조경수 화분이다. 농성천막과 스피드게이트가 모두 사라진 지금, '열린 교육청'의 상징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다시 살펴볼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형 조경수 화분은 과거 농성천막 설치와 시위대 진입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치됐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와 달리 농성천막은 철거됐고, 출입통제의 상징이던 스피드게이트도 사라졌다. 변화된 행정환경 속에서도 대형 화분이 그대로 남
【경기뉴스1/경기뉴스원】 |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국민은 국가의 주인이며, 국가행정기관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국가행정기관을 방문하는 일이 불필요한 절차와 심리적 부담을 동반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행정기관은 출입을 위해 신분 확인과 방문증 발급, 방문 목적 기재 등 여러 절차를 요구한다. 국가 주요 시설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민원 상담이나 정책 문의, 단순 방문까지 과도한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에게 행정기관이 여전히 '닫힌 공간'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민주국가의 행정은 국민을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주권자로 대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국가행정기관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며, 국민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행정기관을 찾는 일이 마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특별한 행위처럼 느껴진다면, 행정은 국민과 거리를 두는 조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물론 국가안보와 시설 보호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