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가 ‘경기 청소년 AI 성장 바우처’ 위탁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부결했다.
청소년 1만5천 명에게 생성형 AI 구독권을 지원하겠다는 12억 원 규모의 사업이다. 얼핏 보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전향적 정책처럼 보이지만, 상임위는 제동을 걸었다. 이유는 ‘예산 구조’였다.
이제영 위원장은 이번 결정을 “한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설계 전반에 대한 경고”라고 규정했다. AI 육성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방식과 구조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2억 홍보비…예산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
이번 부결의 핵심 쟁점은 홍보비였다. 총사업비 12억 원 가운데 2억 원, 비율로 16.6%가 언론 홍보비로 편성됐다.
이 위원장은 “실제 청소년에게 돌아가는 AI 구독료가 9억 원인데, 나머지 3억 원 중 2억 원이 홍보비라는 구조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경기도의 재정 여건을 강조했다.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정도로 재정이 빠듯하고 복지 예산도 압박을 받는 상황입니다. 이런 때에 12억 원짜리 사업에서 2억 원을 홍보에 쓰겠다는 것은 도민 혈세의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한 것입니다.”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소속 12명 위원이 전원 찬성으로 부결한 것은 이 같은 문제의식이 공유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성과?..묻지마식 일괄 지급
사업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해당 사업은 청소년 1만5천 명에게 월 1만 원씩 6개월간 생성형 AI 구독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위원장은 “정액 구독은 실제 이용 빈도와 관계없이 동일한 비용이 투입되는 구조”라며 “이용률이 낮을 경우 예산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관련 연구에서 청소년의 생성형 AI 일일 이용 시간이 30분 미만인 경우가 60% 이상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구독권을 나눠주는 것만으로 ‘AI 역량 강화’라는 목표가 달성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교육-활용-성과로 이어지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는 특히 “홍보에 2억 원을 책정하면서 정작 교육 프로그램 운영 예산은 충분하지 않은 구조가 가장 큰 모순”이라고 평가했다.
AI 역량 강화는 필수…경쟁력이 핵심
그렇다면 청소년 AI 지원 정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선을 그었다.
“AI 활용 능력은 미래 세대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그 필요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 역시 미래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예산 확보에 힘써 왔습니다.”
다만 그는 “좋은 취지가 곧 좋은 정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구독권 일괄 지급이 아니라, 교육과 연계된 프로그램으로 재설계하고 예산 배분을 합리화한다면 재추진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기도교육청과의 협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교육청은 이미 학교 네트워크와 AI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대규모 홍보비 없이도 충분히 사업을 알릴 수 있고, 체계적 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책은 ‘감’이 아니라 ‘근거’로 설계돼야
도는 ‘AI 활용 능력 격차가 새로운 교육 격차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정책 명분으로 삼기에는 실증적 데이터와 검증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정책은 감이 아니라 근거로 설계돼야 합니다. ‘교육 격차’라는 프레임을 쓰려면 그에 상응하는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교육 격차 해소는 본질적으로 교육청의 고유 사무 영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경기도는 산업 생태계와 기술 인프라에 집중하고, 교육청은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충돌이 아니라 협력의 구조로 풀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상임위 만장일치 결정, 존중받아야
이번 사안은 의회 내부 절차 문제로도 확산됐다.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부결된 사업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반영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그는 아쉬움으로 남겼다.
“상임위원회는 해당 분야를 가장 깊이 들여다보는 기관입니다. 12명의 위원이 전문성과 책임을 갖고 내린 결정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정책 가치는 보여주기 아닌 실효성
이제영 위원장이 이번 부결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책의 가치는 보여주기식 홍보가 아니라 도민의 삶을 바꾸는 실효성에 있습니다. 어려운 재정 상황일수록 예산은 더 엄격해야 합니다.”
그는 향후 위탁 사업 심사 기준으로 △간접비 비율의 합리성 △사업 목표와 내용의 정합성 △기존 공공 인프라 활용 여부를 제시했다.
AI는 미래의 과제지만, 예산은 현재의 책임이다. 미래 산업 육성이라는 대의와 재정 건전성이라는 원칙 사이에서, 경기도의 정책 설계는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을까. 이번 부결에서 그 질문은 의문점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