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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장은 관리자인가, 노무자인가

동장의 청소에, 빈 행정관리자의 자리

야탑1동의 한 동장은 부임 이후 1년 6개월 동안 골목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주민 불편을 직접 확인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고 한다.

 

주민들은 “동장님이 현장을 직접 챙겨줘 고맙다”며 그의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질문이 있다.
왜 동장이 공무직이나 현장근무자가 맡아야 할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는가.

 

 

행정조직에서 동장은 단순한 실무자가 아니다.
지역의 정책과 예산, 인력 운영, 행정체계 전반을 총괄하는 관리자로서 조직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장은 반복적으로 현장 업무까지 떠맡아 왔다. 그의 행동이 미담으로 비칠 수 있으나, 행정 효율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결코 아름답게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관리자가 현장 업무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순간, 조직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는 줄어든다. 어느 골목의 쓰레기를 치웠는지 보다 그 골목에 왜 계속 쓰레기가 쌓이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은 없다.

 

즉, 관리자의 노무화는 문제를 일시적으로 가릴 뿐,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더욱이 이 동장은 1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몸을 아끼지 않고 현장을 누비고 있다고 한다.

 

이는 동장이라는 직분의 소중한 시간을 개인적 청소에 소비하고 있다. 공익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행정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면, “한 개인의 청소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구조”가 얼마나 위험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공공행정은 동장이라는 위치의 직책이 한 개인으로서 청소에 쓰여서는 안된다.
동정의 일환으로 지역에 누가 오든지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와 프로세스가 갖춰져야 한다.

 

문제는 단순히 한 동장의 청소가 아니라, 그 동장이 없으면 정상적인 청소가 어려운 행정 체계다. 동장 개인의 청소하는 동안 동정이라는 관리조직이 빈공간이 된다면, 이는 시스템 부재의 경고음으로 읽혀야 한다.

 

동장은 관리자인가, 노무자인가.
이 질문은 개인에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관리자는 현장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이 스스로 작동하는 체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동장이 직접 뛰는 모습이 감동으로 소비되는 한, 행정은 결코 제자리를 잡을수 없다.

 

행정의 품질은 동장 개인의 땀이 아니라 동장의 관리와 조직의 지속 가능성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그 지속 가능성은, 누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명확한 역할 분장과 효율적인 시스템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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