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이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지금, 인간의 ‘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에 성남상공회의소(회장 정영배)는 6월 17일,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를 초청해 ‘리더의 슬기로운 뇌 활용법’을 주제로 조찬강연을 열었다.
정영배 회장은 인사말에서 “AI 시대에 뇌과학은 인간 고유의 사고능력과 감각, 판단을 탐구하는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며 “새 정부가 약속한 경제 활성화의 길목에서, 뇌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이인아 교수는 뇌과학, 특히 해마(hippocampus)의 역할에 주목했다. “해마는 경험을 조직하고 기억을 구성하며, 맥락을 만들어내는 핵심 부위입니다. 이것은 AI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 좋은 리더는 뇌를 이해하는 사람
이 교수는 리더십의 핵심은 ‘명령’이 아니라 ‘맥락 설계’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리더는 감독처럼 조직원 각자의 장면을 구성해주고, 맥락을 조율해야 한다”며 “뇌는 항상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예측하고 반응하며, 그 과정에서 해마가 중심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간의 뇌가 빅데이터처럼 일괄 처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의 뇌는 밀림처럼 얽혀 있는 수천억 개의 뉴런이 가지치기를 통해 길을 만들어 정보를 흐르게 한다. 해마는 그 길을 여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 다양성은 조직의 힘… 해마는 ‘다름’을 학습한다
일란성 쌍둥이조차 뇌가 다르듯, 인간은 각기 다른 경험과 환경 속에서 고유한 맥락을 만들어낸다. 이 교수는 “조직에서 차이는 오히려 강점이다. 다양한 배경과 역할이 연결될 때 강력한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이 나온다”고 강조하며, “해마는 그 차이를 학습하고 조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인간처럼 맥락을 추론하거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가상의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계속 정교화해 나가며 학습한다”고 말했다.
■ 뇌는 늙지 않는다, 다만 변화할 뿐이다
이 교수는 “노화는 신체의 쇠퇴일 뿐, 뇌는 평생 발달한다”며 “중요한 것은 뇌가 새로운 자극을 통해 모델을 계속해서 수정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말했다. 특히 운동과 여행은 해마를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활동으로 꼽혔다. “서울에 오래 살면 그 지도가 정교해지듯,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는 것이 해마를 풍부하게 만든다”고 조언했다.
■ 조직이라는 오케스트라, 해마가 지휘한다
강연의 말미에서 이 교수는 “여러 대의 메트로놈이 처음엔 불협화음을 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발적으로 동기화된다. 조직도 마찬가지”라며 “해마는 구성원 간의 연결을 조율하고, 서로 다른 리듬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결국, 좋은 리더란 뇌의 원리를 이해하고, 해마처럼 조직의 다양성과 맥락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