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에는 가족을 돌보는 책임을 짊어진 채 청년기를 통과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가족돌봄청년이다. 이들은 아픈 부모나 형제자매를 돌보며 학업과 노동, 인간관계, 미래 설계의 기회를 동시에 유예당한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여전히 개인의 효심이나 가족 내부의 문제로 축소되어 다뤄지고 있다.
최근 『도시연구』 제28호에 게재된 연구(김연정·김혜미·이충권, 2025)는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해 이들의 돌봄 경험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돌봄의 자리에 놓이며, 일상 전반이 돌봄 중심으로 급격히 기울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돌봄은 예고 없이 시작됐고, 그 이후의 삶은 돌봄을 기준으로 재편됐다.
이 연구가 주목하는 지점은 가족돌봄청년의 어려움이 단순한 돌봄 부담을 넘어선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돌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계적·시간적·물질적·정서적 빈곤이 동시에 누적되는 구조적 문제를 경험한다. 또래 관계는 단절되고, 자신의 시간을 계획할 권리는 사라지며, 경제적 기반은 취약해지고, 정서적 고립은 깊어진다. 어느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 전반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정책은 여전히 분절적이다. 돌봄 서비스, 청년 지원, 복지 정책은 각각 존재하지만 가족돌봄청년의 삶을 하나의 맥락으로 묶어내지 못하고 있다. 돌봄 부담을 일부 덜어주더라도 학업 복귀나 고용 연계, 심리·정서 지원이 동시에 작동하지 않으면 청년의 삶은 여전히 제자리다.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성과 다각성, 그리고 동시성이다. 돌봄 지원과 함께 학업과 노동으로의 복귀를 돕고,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마련하며, 관계 회복과 심리적 지지를 병행해야 한다. 돌봄을 ‘현재의 문제’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돌봄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돌봄청년 정책은 특정 부서나 단일 사업의 문제가 아니다. 복지, 청년, 교육, 노동, 정신건강 정책을 가로지르는 횡단적 정책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가족돌봄청년은 계속해서 제도 사이의 틈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인천지역 가족돌봄청년은 보호의 대상이기 이전에 이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이며, 자신의 삶을 설계할 권리를 가진 청년이다. 이들의 삶을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둘 것인지, 사회가 함께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순간에 인천은 서 있다.
통합적이고 다각적인 정책 체계는 특혜가 아니다. 이는 가족돌봄청년이 돌봄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응답이다. 이제 인천은 돌봄의 현장을 목격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정책으로 응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