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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도체 산단 이전 논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나

최근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이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력 수급과 균형발전, 국가 산업 전략이라는 키워드가 동시에 거론되면서 논쟁은 점차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찬반을 가를 문제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할 정책 문제다.


우선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용인 반도체 산단이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 승인 절차를 거쳤고, 기업의 투자 결정이 이뤄졌으며, 토지 보상과 기반시설 공사가 병행되고 있다. 이는 행정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사업이 실행 국면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산업 정책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다.
특히 반도체처럼 초기 투자비가 막대하고 회수 기간이 긴 산업에서는 정책 신뢰가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의 방향이 흔들리는 순간, 기업은 투자 속도를 늦추거나 전략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이전 가능성’과 ‘현실적 비용’의 구분
이전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논리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이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정책 판단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과 결과의 문제다.

 

산단 이전은 단순한 장소 변경이 아니다. 환경·교통·전력·용수 등 각종 영향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고, 관련 행정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발생하는 지연은 단순한 시간 손실을 넘어 산업 경쟁력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몇 년의 공백은 기술 격차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균형발전 논의의 본래 의미
균형발전 역시 신중하게 다뤄야 할 개념이다. 균형발전은 특정 지역의 기존 투자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달성되기 어렵다. 오히려 각 지역의 산업적 특성과 경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이다.

 

이미 확정된 대규모 산업 투자를 재배치하는 방식은 지역 간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크고, 정책 목표인 국가 경쟁력 강화와도 충돌할 수 있다.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면, 그 해법은 별도의 신규 투자 전략에서 찾아야 한다.

 

전력·용수 문제는 이전의 근거가 될 수 있나
이전 주장 가운데 하나는 전력과 용수 수급에 대한 우려다. 반도체 산업이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것은 사실이며, 장기적인 인프라 확충은 필수적이다. 다만 이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과제다.

 

산업단지는 전력·용수 공급 계획을 전제로 조성된다. 인프라 부족이 예상된다면, 그에 대한 해법은 인프라 확충이지 이전이 아니다. 인프라 문제를 이유로 이전을 검토하는 것은 정책 수단과 목표를 혼동한 접근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생태계
반도체 산업은 개별 기업이 독립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생산 공장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 설계 인력, 연구기관, 생활 인프라가 함께 모여 생태계를 이룰 때 경쟁력이 생긴다. 이 때문에 주요 반도체 국가들은 특정 지역에 산업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택해왔다.

 

용인 일대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러한 집적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 기존 생산 거점과의 연계, 인력 수급, 협력사 네트워크는 단기간에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국가 신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된 사업이 정치적 논란에 따라 흔들린다면, 이는 해당 산업뿐 아니라 향후 모든 대규모 투자 사업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정책은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실행 단계에 들어선 사업은 명확한 기준과 책임 하에 관리돼야 한다. 정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혼선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산단 이전 논란은 지역 감정이나 정치적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경쟁력, 정책 신뢰, 국가 전략이라는 기준에서 차분히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하거나 변경하는 데 따르는 비용과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이전 가능성만을 논하는 것은 현실적 정책 논의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의 외침이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을 어떤 원칙으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다. 그 기준이 명확해질 때, 이 논란 역시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사진
유형수 기자

유(庾), 부여 성흥산성에는 고려 개국공신인 유금필(庾黔弼) 장군(시호 ‘충절공(忠節公)’)을 기리는 사당이 있다. 후대 지역 주민들이 그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사당을 세우고 제사지내고 있다.
유(庾) 부여 성흥산성(聖興山城)과 충절공(忠節公) 유금필(庾黔弼) https://www.ggnews1.co.kr/mobile/article.html?no=459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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