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행정 행위는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결되는 공적 작용이다.
그만큼 행정의 적법성과 합리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반복되는 사건들을 보면, 행정 결정의 법적 책임이 실무 공무원 개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양평군청 소속 5급 사무관이 업무 관련 조사 압박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공무원의 정상적 직무 수행조차 사후 정치화되거나 형사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 사건은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허점이 빚은 구조적 결과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점검이 요구된다.
법적 책임의 원칙, 고의와 중과실을 전제로 한다
대한민국 「국가배상법」 제2조는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국가에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며, 공무원이 법령에 따라 정당한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면책된다.
“공무원이 법령에 따른 정당한 직무행위를 수행한 경우, 그 결과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형사·민사상 책임은 제한된다.” (대법원 판례)
문제는 이 같은 면책 원칙이 실제 행정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후적으로 문제가 불거지면, 공무원 개인이 스스로 적법성과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수사 대상이 되는 일이 빈번하다. 이로 인해 공직사회는 위축되고,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소극적 행정이 확산되고 있다.
사전심의위원회 제도의 필요성
본지에서는 이런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전심의위원회’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는 공무원이 행정결정을 내리기 전, 법적 책임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사전에 위원회의 심의를 요청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형사·징계 리스크를 방지하는 장치다.
위원회의 핵심 기능은 법적 책임 사전 판단 고의·과실 여부, 위법 소지 등을 사전 식별, 정책 결정과 개인 행위 구분 조직의 정책인지, 개인 판단인지 명확화, 사후 면책 근거 확보 수사·감사 시 참고 가능한 공식 판단자료 제공 등이다.
이는 책임 회피가 아닌 책임 명확화와 책임 분배의 제도화이며, 공직사회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다.
기존 제도와의 차이점
현행 제도 중에도 유사한 장치들은 존재한다.
「지방재정법」의 지방재정투자심사 제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감사원」의 사전컨설팅감사
「행정안전부」의 소송비 지원 및 면책 규정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재정 집행, 감사 회피, 금전적 부담 분산에 초점을 둔 것으로, 형사적 책임이나 법적 판단의 사전 명확화라는 목적은 부족하다.
본지가 제안한 사전심의위원회 제도는 법적 책임 자체의 경계를 행정 결정 이전에 구획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제도 도입 시 기대 효과
법적 안정성 사후 책임전가 방지, 행정의 예측 가능성 제고
공무원 보호 고의·중과실 여부 판단 기준 제공, 개인 부담 완화
위법행위 예방 불명확한 사안의 사전 식별로 위법 가능성 차단
행정 정상화 소극행정 방지, 책임 있는 적극 행정 유도
제도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령에 따라 행정권을 집행한다. 그러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무 공무원이 법적·도덕적 책임까지 모두 지게 되는 구조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행정의 신뢰도는 단지 결과에 대한 평가만으로 쌓이지 않으며, 과정의 정당성과 제도적 방어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본지 기자는 공무원의 행정 수행 시, 사전심의위원회 제도의 도입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지적한다.
공무원이 직무를 회피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적극 행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 책임의 범위 또한 명확하고 공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책임이 누구의 것인지조차 판단할 기준이 없다면,
공직사회는 주저하고, 행정은 멈춘다.
이제는 책임을 제도로 나누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