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이 조용한 농촌 마을이 ‘청경채의 성지’로 불리며 전국 농업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한 채소 재배지가 아니라, 전국 청경채 유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심 생산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 모현에서는 청경채 한 포기에 땀과 기술, 그리고 지역의 미래가 담겨 있다.
모현읍은 과거 당근, 참외, 상추 등의 전통 노지 작물 위주의 재배지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농가들은 시설채소 중심으로 재편을 모색했고, 그 중심에 ‘청경채’가 있었다.
당시 시작된 시설 하우스 재배는 지역 특성상 가능한 선택이었다. 경안천을 중심으로 유입되는 청정 지하수, 비옥한 토양, 일조량 등 천혜의 조건은 청경채 재배에 최적화돼 있었다.
현재 모현읍에서는 약 80여 농가가 청경채를 재배하고 있으며, 일부 농가는 연간 매출이 3~4억 원대에 이를 정도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연간 7회 이상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모현 청경채는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 등 주요 농산물 도매시장에 매일 출하된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도매시장에 유통되는 청경채 중 70% 이상이 모현산이다. 일부 유통업자들은 “청경채 하면 모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브랜드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식감과 안전성이 소비자 신뢰의 기반이 되다.
아삭한 질감
진한 색감과 풍미
잔류농약 관리와 출하 전 검사 시스템 등
모현 시설채소생산자연합회는 내부적으로 품질관리 규약을 두고, 잔류농약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연합회 제명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청경채 품질의 일관성과 시장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모현읍 주민들에게 청경채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지역의 자존심이다. 2024년에는 모현 진입로에 대형 청경채 조형물이 설치되었고, 각종 로컬푸드 축제에서도 모현 청경채가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현읍 관계자는 “청경채는 모현을 외부에 알리는 얼굴”이라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그 가치를 알고 자부심을 가진다”고 전했다.
이러한 인식은 행정에도 반영되어, 2025년 6월에는 ‘모현 청경채 골목형상점가’가 공식 지정되었다. 이는 소상공인 밀집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청경채라는 농업 브랜드가 상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젊은 후계농의 유입이다. ICT 기반 스마트팜 기술 도입, 자동화 양액 공급 시스템, 친환경 방제 기술 등이 점차 도입되며, 청년 농부들의 창업지로서도 모현은 각광받고 있다.
청경채 재배 2세 농부인 이모 씨(31)는 “예전엔 ‘농사는 힘들고 돈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매출도 안정적이고, 스마트팜으로 효율도 높아졌다”며 “이제는 청경채로 가족을 부양하고, 후배도 키우는 시대”라고 말했다.
‘청경채의 성지’라는 별칭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다. 땀과 기술, 협동과 책임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경기도 용인의 작은 읍, 모현은 청경채 한 포기로 지역 농업의 가치를 다시 쓰고 있다. 지금 이곳에서, 농촌의 미래가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