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십 년간 안고 있는 무역 적자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정치권은 외국 상품과 외국 기업에 책임을 돌리는 접근을 택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이 경제 현실을 오도하고 있으며, 관세와 공장 유치 정책 모두가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입이 문제다?” — 무역 적자 프레임의 오류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적자를 "국부 유출"의 상징으로 간주하고, 특히 중국·멕시코·독일 등에서 수입되는 저가 제품을 비난해 왔다. 그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고율의 관세 부과였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해석을 단순화된 오류로 본다.
미국 소비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저렴한 소비재를 선호해 왔고, 이는 곧 외국산 제품의 수입 증가로 이어졌다. 그 결과 무역 적자는 구조적으로 발생했으며, 이는 단순히 "외국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소비 구조와 생산 비용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이 싸게 사기를 원하고, 그게 수입으로 이어진 것인데, 그걸 다시 외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
— 마크 파이퍼, 경제학 교수 (조지타운 대학교)
미국 내 공장 설립, 현실성 없는 해법?
트럼프는 관세 외에도 외국 기업들에게 미국 내 제조 공장을 설립하라고 압박해 왔다. 일본, 한국,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은 이에 반응해 미국 내 투자를 확대했지만, 이 방식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는 해법이 되긴 어렵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건비와 복잡한 규제를 가진 나라 중 하나이며,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있어서는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 저비용 국가들과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설사 외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세운다 하더라도, 생산비 증가로 인해 제품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고임금·고물가 구조에서 ‘제조업 부활’을 기대하는 건 현실을 무시한 환상에 가깝다.”
— 제인 리우, 글로벌 무역 전략가
근본 원인 외면한 채찍질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외국 기업에 ‘처벌’을 가하고, 동시에 미국 내 투자를 ‘보상’으로 유도하는 채찍과 당근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 둔 근시안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많다.
미국 제조업 경쟁력의 약화는 고비용 구조, 인프라 노후화, 직업교육 시스템의 부실, 자동화 미적응 등의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관세로 수입품 가격만 올리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와 유통망 전반으로 돌아간다.
소비자 희생으로 '애국 경제' 실현?
결국 관세 정책은 수입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미국산 제품과의 가격 격차를 좁히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미국 소비자에게 더 비싼 대가를 요구하는 구조이며,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이 크다.
외국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설립 또한 단기적 일자리는 창출할 수 있으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라는 점에서, ‘자국 내 생산 회귀’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미국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공장 설립 유도 정책은, 단기적으로 정치적 성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미국의 근본적인 경제구조 문제를 가리는 데 사용된 착시 효과에 가깝다. 무역 적자는 단순히 외국이 잘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미국의 고비용 구조, 소비 중심 경제 시스템, 노동시장 경직성 등을 종합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이상, 외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은 언제나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