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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단체장 바뀌면 산하기관장도 자동 퇴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임기제의 원칙"
임기는 권력 교체와 무관한 독립적 제도
임기제 소급적용은 불가..정치적 주장

【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대한민국의 행정은 대통령,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등 선출된 단체장을 정점으로 한 집행 체계를 갖는다. 그러나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이 있다. 바로, 산하기관장의 임기 문제다.

"단체장이 바뀌었으니 산하기관장도 같이 물러나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뿌리 깊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맞지 않는 이야기다.

 

공공기관장이나 지방정부 산하 출자·출연기관장의 임기는 대개 법률·조례·정관 등에 명시되어 있는 계약적 제도다.

이는 기관의 정치적 독립성과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장치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시장이 바뀌어도 법적으로 임기는 그대로 유지된다.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정권이 교체되면 새로운 단체장은 산하기관장이 정책 철학이나 방향성이 다르다며 교체를 원한다. 하지만 단체장의 인사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중도 해임하거나, 사퇴를 유도하거나, 임기를 조정하려 한다면, 이는 임기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가 된다.

실제로 일부 기관장은 신임 단체장의 눈치를 보며 자진 사퇴 압박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바람직한 인사 문화가 아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기관장의 임기를 단체장 임기와 일치시키려는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행정 효율성을 위한 시도지만, 법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바로 "소급 입법 금지"다.

이미 임명된 기관장에게 새로운 조례를 소급 적용해 임기를 줄이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고, 행정 신뢰를 해친다.

 

따라서 이런 제도 변경은 앞으로 임명되는 기관장부터 적용돼야 하며, 현재 재직 중인 기관장은 종전의 임기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사회의 약속이자, 공공조직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산하기관장이 자동으로 물러나는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단체장의 권한을 존중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권한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정당성과 법적 안정성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기관장의 임기는 그 자리에 정치가 아닌 전문성과 공공성이 있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정치적 교체기를 맞이한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임기제의 원칙을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