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지난 토요일, 여주를 방문한 필자는 지역 농협인 세종대왕농협에서 장아찌용 양파 12kg을 구매했다. ‘로컬푸드 행사용’, ‘한정수량’이라는 문구에 끌려 지역 농산물에 대한 믿음으로 장바구니에 담은 양파였다.
여주쌀과 여주 고구마로 유명한 지역이라, 품질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집에 도착해 양파망을 풀어놓는 순간 산산이 깨졌다.
양파의 대부분은 썩어 있었고, 물에 젖은 듯 눅눅했으며, 껍질을 벗기자 검은 반점이 빼곡했다. 장아찌로 쓰기에는 부적합할 뿐 아니라, 음식물로 쓰기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곧바로 해당 사실을 세종대왕농협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민원으로 올렸다. “썩은 양파로 장아찌를 담그라니, 세종대왕님이 지하에서 울겠다”는 문구가 민원의 제목이었다.
문제는 단순한 상품 하자가 아니라, 이를 지역 농산물이라는 명분 아래 ‘농심’으로 포장한 상술에 있다. “등급은 특급”이라는 안내와 “한정수량 세일”이라는 광고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안기기 위한 포장에 불과했다. 이처럼 썩은 상품을 진열해 놓고도 정당한 판매 행위라 주장한다면, 그 어떤 소비자가 지역 농산물을 믿고 구매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양파를 폐기를 고민하다 일주일간 보관한 뒤, 성남에서 여주까지 직접 차량에 싣고 되돌려주러 갔다. 현장에서는 직원이 정중하게 사과하고, 물품을 회수한 뒤 사과의 의미로 과일을 제공했다. 응대 자체는 적절했으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가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 직원의 친절과는 별개로, 썩은 양파를 유통에 올린 구조적인 문제와 관리 부실은 결코 묻혀선 안 된다.
농협은 단순한 유통업체가 아니다. 농민의 마음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가교이자 신뢰의 상징이다.
‘농협’과 ‘하나로마트’라는 통합 브랜드를 사용하는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은 소비자에게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품질과 신뢰를 제공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지역마다 상품의 품질, 보관 상태, 소비자 응대 수준에 큰 편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중앙회는 "지역농협의 자율 운영"이라는 이유로 품질에 대한 실질적 보증이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더라도, ‘농협’이라는 공동 브랜드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대는 조직 내부 책임 구조 밖에 있다.
통합된 브랜드를 앞세운 만큼, 책임 역시 통합적으로 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세종대왕농협은 이 역할을 저버리고, 상술에 가까운 행위로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렸다. ‘농심’은 썩은 양파를 포장하는 단어가 아니다.
세종대왕이라는 이름을 내건 농협이라면, 그 이름에 걸맞은 품질관리, 책임 있는 유통, 진정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클레임이 아니라, 지역 농산물 유통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경고다.
세종대왕농협은 각성하라. 더 이상 썩은 양파를 농심으로 위장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