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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사] 미국의 관세, 세계를 흔드는 강대국의 보호무역 장벽

【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글로벌화가 정점에 달했다고 여겨졌던 지난 10년. 세계는 점점 더 연결되었고, 자유무역은 당연한 흐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그 믿음은 흔들리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의 관세 정책이다. 겉으로는 국가 산업을 보호하는 ‘합법적 조치’지만, 실제로는 세계 무역 질서를 흔드는 강대국의 보호무역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자유무역의 수호자’에서 ‘관세의 제왕’으로

 

 

한때 미국은 자유무역을 주창했다. WTO 설립과 다자간 무역협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며 개방형 세계 질서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2017년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관세를 무역 협상의 주 무기로 전면에 내세웠고, 이후 정권이 바뀌어도 그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5년 현재, 미국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 유럽, 일본 등 주요 동맹국에 대해서도 관세 조치를 재검토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한국산 배터리, 철강, 반도체 장비 등에도 15% 내외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자유무역의 상징이던 한·미 관계마저 ‘무역 갈등’의 신호탄을 울렸다.

 

관세, 그 자체가 장벽이다

관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다. 그것은 가격을 조정하고, 경쟁력을 재편하고, 흐름을 통제하는 무역 장벽이다. 특히 미국처럼 내수 시장이 거대하고 기술적 자립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관세는 해외 기업에게 커다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미국은 자국 산업의 ‘회복’을 명분으로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철강·배터리·자동차·의약품 등 전략 산업은 외국산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와 수입 제한을 통해 자국 내 고용 창출과 산업 재정비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영향이 국경을 넘는다는 점이다. 관세 한 줄이 한국 중소기업의 매출을 반 토막 내고, 동남아 생산기지를 멈추게 하며, 유럽 기업의 투자 전략을 바꾸게 만든다. 미국의 결정은 ‘국내 정책’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외생 변수’가 된 것이다.

 

무역의 룰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자유무역 질서는 비관세 장벽을 줄이고, 관세를 철폐하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다시금 관세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그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호무역이 아니다. 산업 안보와 공급망 재편을 아우르는 전략적 조치다.

 

특히 반도체, 희귀광물, 배터리 등 첨단 기술과 소재 산업은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관세는 해당 분야에서 ‘통제권’을 쥐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한다.

 

한국, 유럽, 일본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조차 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더 이상 미국과의 ‘FTA’는 무역 안전망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필요하면 언제든 관세를 통해 새로운 협상 테이블을 만든다.

 

한국은 세계 7위권의 무역 대국이지만, 수출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1위 수출국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은 한국 기업과 정부에 큰 과제를 던지고 있다.

 

현지 생산 확대 – LG, SK, 삼성 등은 미국 내 공장을 확장하며 관세 회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무역 다변화 – 미국 중심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 동남아, 인도 등으로 시장을 넓히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기술 자립과 공급망 내재화 –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기술 독립과 소재 국산화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장기전이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충격에 대한 정책적 완충 장치가, 중장기적으로는 자립형 산업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

 

미국의 관세는 이제 더 이상 ‘수입품에 붙는 부가세’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메시지이자, 산업 전략이며, 국제 관계를 재편하는 수단이다. 세계는 지금, 새로운 보호무역주의 시대를 맞고 있다. 단순한 국경 간 물류 문제를 넘어, 국가 간 힘의 균형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수출 중심 국가들에게 미국의 관세는 무역의 경고등이자, 전략의 재설계 신호다. 관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지만, 그 높이는 언제든 전 세계를 가로막을 수 있다.

 

“강대국의 관세는 벽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라, 룰을 바꾸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