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엔 영자 씨가 많다.
‘막되먹은 영자 씨’ 말이다.
누구나 수시로 경험해봤을 것이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인도 한복판에서 떡 하니 멈춰 서서는 아무렇지 않게 통화를 하거나, 친구들과 깔깔 웃으며 통행을 가로막는 모습. 그 뒤에서 "실례합니다" 몇 번 해도 요지부동. 미안한 기색은 커녕, 되레 짜증을 낸다. 차마 내가 무안해질 지경이다.
차선 중앙에 떡하니 주차해두고는, 비상등도 안켜놓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사람들도 흔하다.
심지어 좁은 골목길에서 길 가운데 서 있는 차량을 피하려다 보면, 길가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새치기는 또 어떤가. 버스 정류장이든, 음식점 줄이든, 틈만 보이면 슬그머니 끼어든다. 한마디 하면 "니가 뭔데 그러냐"는 식이다.
길에서나 마트 등 대중공간에서도 지나가다 상대와 맞닥뜨리면 나이와 상관없이 막말은 기본, 눈을 부라리거나 윽박지른다.
예전에는 나이 들면 점잖아지고, 젊은이는 활기차지만 예의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나이를 먹든 말든, 젊든 늙든 ‘기본’이 실종됐다. ‘무례함’과 ‘이기심’으로 무장한 각 세대의 공통어가 된 것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변한다지만, 정작 대변하는 건 자신들의 이권이고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한다지만, 일보다 자리 보전이 우선이다.
경제인은 경제를 외치지만, 알고 보면 장부 뒷면에 진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유명인은 ‘공인의 책임’을 망각하고, 벌금을 마치 과태료 수준으로 치부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윗물이 혼탁한 정도가 아니라, 시궁창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 분위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더러운 물이 원래 물맛인 줄 알것이다.
그래서일까.
배려는 약함이 되고, 겸손은 손해보는 일로 전락했다.
‘법’을 지켜야 하는 준법정신은 실종이 되고, 피하면 되는 일상이 되고 있다.
‘질서’를 지키는 사람은 만만한 사람이 되는 세상이다.
국가는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시킬 책임이 있다.
잘못한 자는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불이익이 있어야 조심하는 세상이라면, 그 불이익만큼은 분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 어떼. 나는 내맘대로 할거야. 니가 뭔데 간섭이야"라는 생각들은 전염이 되고 '남들이 다 하는데 나도 괜찮아'라는 행동이 넘쳐난다.
오늘도 우리는 새로운 영자 씨를 만난다.
자신은 어떤가?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를 배려하고,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