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1.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건 아니다
사람들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빨을 드러낸 맹수였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나는 처음부터 괴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그렇게 살기로 했다.
약한 자로 살면 먹히는 세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날,
나는 그 약한 자를 죽였다.
돈 때문이었고, 땅 때문이었고,
무엇보다 나 자신만을 위한 결정이었다.
그게 내 죄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2. 소년과의 만남
그 뒤로, 나는 도망자였다.
피 묻은 손으로 세상을 떠돌던 중,
산골의 성 하나에서 한 소년을 만났다.
덩치에 비해 얇은 검을 쥔,
무릎이 떨리는 청년.
도적떼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를 구해준 건,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그 도적들의 보물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연히, 나는
한 소년의 목숨을 빚처럼 쥐게 되었다.
그는 말했다.
“당신의 이름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말했다.
“넌 누구냐?”
소년은 말했다.
“왕이 될 자다.”
나는 그 말을 농담처럼 넘겼다.
하지만 눈빛은 농담이 아니었다.
3. 죄는 따라온다
그 후, 나는 죄를 숨기고 살았다.
지명수배자였고, 도망자였고,
그저 어딘가의 골목에서 또 다른 싸움에 몸을 던지며 살았다.
하지만
죄는 발자국보다 오래 남는다.
나는 결국 붙잡혔다.
왕의 군대에.
왕의 문장이 새겨진 군복을 입은 자들이
나를 감옥으로 끌고 갔다.
이후
내가 도와준 그 소년이,
진짜로 왕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나를 도왔지만,
그 이전에 너 자신을 위해 피를 흘렸다.”
4. 강철 우리에서의 시간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했다.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다.
나는 침묵했다.
말해봤자 죄가 지워지는 건 아니니까.
나는 누구에게도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왕에게도.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왕을 도와준 건 정의가 아니라, 우연이었다는 걸.
그는 그것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나를 내버려뒀다.
쓸모없는 맹수는 감금당하는 게 세상의 방식이니까.
5. 왕이 철창을 열다
몇 해가 흐른 뒤,
낯익은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왕이. 그 소년이.
그는 변해 있었다.
눈빛은 차갑고,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내게 다시 네 힘이 필요하다.”
나는 웃었다.
“이제 와서?”
그는 대답했다.
“세상이 다시 혼란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너 같은 존재가.”
나는 묻지 않았다.
“그럼, 날 용서하겠다는 건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널 용서하지 않았다.
단지 필요할 뿐이다.”
그 말은
기묘하게도 진심이었다.
6. 우리 밖의 짐승
나는 나왔다.
세상은 여전히 썩어 있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두려워했다.
나는 그들의 공포가 되어 움직였고,
왕은 그 그림자 아래에서 권좌를 지켰다.
나는 더 이상 왕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죄 위에 세워진 하나의 무기였다.
쓸모가 다하면 다시 버려질 수 있는,
도구.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그것이 싫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내 죄와 함께 걷는 법을 배운 것 같았다.
끝에 남은 것
나는 괴물이다.
그걸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해라.
괴물은 스스로를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필요가,
누군가의 두려움이,
그리고 누군가의 야망이
괴물을 감옥에서 꺼낸다.
나는 지금도 싸우고 있다.
다만 이번엔,
누구의 편도 아니다.
나는 그저,
강철 문이 열린 우리 밖을 걷는 사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