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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종량제 봉투 30년 만의 변신…구리시가 보여준 '생활 행정'의 품격

【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우리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한다.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겨졌고,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이상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도 드물었다. 그러나 구리시는 이 일상 속 작은 물건에 주목했고, 30년 만에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종량제 봉투의 전면 개편. 단순한 디자인 변경을 넘어, 시민의 삶 속 깊이 들어간 행정의 실천이었다.

 

 

이번에 구리시가 새롭게 선보인 종량제 봉투는 ‘보기 좋고’, ‘쓰기 쉬운’ 봉투다. 하지만 단지 겉모습을 바꾼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핵심은 시민을 위한 실용성의 강화에 있다.

 

먼저, 봉투에는 구리시 캐릭터 ‘뽀구리’가 등장한다. 이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는 봉투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구리시만의 정체성을 담아낸다. 봉투 디자인이 더 이상 단조로운 소모품이 아니라, 시의 얼굴이자 시민과의 연결 고리가 된 것이다.

 

또한, 올바른 쓰레기 배출을 돕기 위한 픽토그램이 도입되었고, 배출 금지 품목에는 사선을 그어 혼동을 줄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QR코드까지 넣었다. 이 QR코드는 배출 요령, 재활용 분리배출 방법 등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다국어 안내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편의를 넘어선 포용의 행정이 느껴진다.

 

더불어, 일반용 봉투와 재사용 봉투 두 종류로 나뉜 이번 제품은 시민의 다양한 생활 방식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봉투의 재질도 개선돼 내구성이 높아졌고, 무거운 쓰레기도 안심하고 담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개편이 아니라, 실제 생활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설계였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변화가 ‘일상’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대규모 예산이나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 매일 손에 쥐는 쓰레기봉투 하나를 바꾸는 일로 시민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변화는 그 자체로 매우 실용적이고, 시민이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행정을 멀고 어렵게 느낀다. 그러나 구리시는 이번 종량제 봉투 개편을 통해 그것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생활 속에서 시민을 어떻게 배려하느냐에 있다.

 

디자인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다. 그것은 철학이고, 태도이며, 행정의 방향성이다. 구리시의 이번 선택은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실현한 좋은 사례이며, 다른 지자체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매일 버리는 쓰레기봉투 하나, 그 안에 담긴 고민과 배려는 결국 도시가 시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드러낸다. 구리시는 그 질문에, 작지만 뚜렷한 답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