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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 고령층 결핵환자, 전체의 60%…노화 따른 ‘면역력 저하’가 핵심 원인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결핵 환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면역력 저하’가 그 중심 원인으로 밝혀졌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결핵감시연보’에 따르면, 국내 신규 결핵 환자 약 18,000명 중 60.2%가 65세 이상 고령자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10년간 점진적으로 증가해온 수치이며, 고령 인구에서 결핵이 사실상 만성 전염병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노화가 가져오는 ‘면역력 붕괴’…결핵 방어선 무너진다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이 폐를 중심으로 감염시키는 전염성 질환으로, 주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없는 잠복결핵 상태로 머물 수 있지만, 면역력이 약화되면 잠복 상태의 결핵균이 활성화되어 ‘활동성 결핵’으로 전환된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서 결핵이 집중되는 이유는 바로 이 면역력 저하 때문으로, 이를 ‘면역 노화(immune senescence)’라고 부른다. 

 

나이가 들수록 T세포와 NK세포 같은 면역세포의 수와 기능이 감소하고, 염증 조절 기능도 약화되면서 결핵균에 대한 면역 방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감염내과 전문의는 “결핵균은 평생 몸속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는 순간 재활성화된다. 고령자는 이런 조건에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감염 → 현재 발병…‘시간차 결핵’의 악순환

특히 고령자 상당수는 이미 과거, 국내에서 결핵이 풍토병처럼 유행했던 1950~70년대에 결핵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에는 백신 보급이나 위생 상태, 항결핵제 치료 접근성이 낮았던 만큼, 다수 고령자에게 잠복결핵균이 몸에 남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잠복결핵이 면역 저하와 맞물릴 때다. 70대 이상의 노인은 신체 기능과 더불어 면역력도 자연스럽게 쇠퇴하면서, 과거 감염됐던 결핵균이 활성화되어 재발성 또는 지연성 결핵으로 나타난다.

 

치료 어려움도 한몫…사망률은 젊은층의 4배

고령층 결핵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진단 지연과 치료 어려움이다. 기침, 체중 감소, 식욕 저하 등 결핵의 전형적인 증상들이 고령자에겐 흔한 노화 증상으로 여겨지기 쉽다. 이로 인해 초기 대응이 늦어지고,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고령자는 기저질환(당뇨, 심부전 등)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항결핵제의 부작용에 민감하고, 치료 지속률도 낮다.

실제로 국내 통계에 따르면, 고령 결핵환자의 사망률은 청장년층보다 3~4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조기 선별·예방치료’ 필요…고령자 대상 관리 시급

전문가들은 고령층 결핵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잠복결핵 검사와 조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요양병원, 요양원 등 집단 생활 시설에 거주하는 고령자는 결핵 전파 위험이 높아, 시설 단위의 정기검진과 감염관리 강화가 요구된다.

 

정부도 최근 고령층 대상 결핵관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사와 예방치료를 확대 시행하고, 전담 간호사 운영, 복약 관리, 지역사회 추적관리 등을 통해 결핵 퇴치에 나서고 있다.

 

결핵, 과거가 아닌 현재 증가하는 사망 원인이다

특히 고령층에게 결핵은 ‘조용한 위기’로, 면역력 관리와 조기 진단이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고령자 결핵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