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뜨끈한 국물, 투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손맛, 그리고 그 속에 오밀조밀 담긴 속 재료까지—‘만두’다. 특히 원주의 만두는 단순한 겨울 음식 그 이상이다. 그것은 한겨울을 견디게 했던 따뜻한 정(情)의 상징이고, 사계절 내내 우리를 감싸주는 고향의 품 같은 존재다.
조선시대부터 원주의 식탁에 올랐다는 만두는,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었다.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지혜롭게 만든 저장식량이자, 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눠 먹던 공동체의 음식이었다. 고랭지배추와 밀가루, 그리고 묵묵히 이어진 손맛이 만들어낸 원주의 만두는, 정약용의 『목민심서』에까지 언급될 정도로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제 이 만두는 '2025 원주만두축제'라는 이름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선다. 오는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중앙동 전통시장 일원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먹거리 행사를 넘어 세대와 계절을 잇는 기억의 장이 될 것이다.
6.25 전쟁 이후, 군부대에서 지원받은 밀가루로 빚기 시작한 만두는 중앙동 오일장의 만두가게로 부터 중앙시장 만두골목에서 꽃을 피웠고, 지금도 도래미시장에서는 그 깊은 맛을 이어가고 있다. ‘칼만’—칼국수에 만두를 넣어 먹는 문화 역시 원주가 원조다. 이 모든 것들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려왔다.
이 축제는 단지 원주 만두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 냄새와 계절의 온기, 그리고 전통시장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시간이다. 만두를 함께 빚고, 함께 먹고, 함께 웃는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사라져가던 소중한 감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주의 만두는 겨울을 이겨낸 음식이지만, 이제는 봄의 시작에도, 여름의 무더위 속에도, 가을의 추수철에도 우리를 감싸주는 음식이 되었다. 그건 단지 맛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속에서,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정성껏 빚어내는 마음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따뜻한 국물 속 만두 한 알처럼, 이번 축제가 여러분의 계절 속에 포근히 녹아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