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학교시설 하자 문제가 단순한 시공 오류나 현장 부주의 때문이라는 인식은 이제 더 이상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누수, 고사목, 마감 불량 등은 눈에 보이는 결과일 뿐, 그 이면에는 설계부터 발주, 시공, 검수에 이르기까지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인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 환경이 직결된 학교시설의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 과정에 걸친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학교 공사의 절대다수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등 학사 일정이 없는 시기에 몰려 있다. 이는 교육활동과 충돌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황진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천4)은 9월 10일(수) 열린 제386회 임시회 제1차 교육행정위원회 회의에서 「2025년 상반기 경기도교육청 시설공사 하자검사 결과 보고」와 관련해 질의하며,

학교 신축공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하자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지적하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황 의원은 “누수, 고사목, 마감재 불량 등은 단순한 시공 오류를 넘어 공사 시기와 계절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3월과 9월 개교 일정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정을 밀어붙이면서 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의원은 “일시적인 하자 보수나 관계자 문책만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학교 시설공사의 품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사 일정의 탄력적 운영과 시기 조정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의 안전과 직결된 교육환경인 만큼, 공사 초기 단계부터 하자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공사 기간이 한정되다 보니, 공정은 지나치게 압축되고, 날씨와 맞지 않는 공정도 무리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장마철 방수 공사나, 한겨울 외장 마감 및 콘크리트 타설은 하자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현실에서는 일정에 맞추기 위해 강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여름철에는 우천과 고온으로 인해 단열재·방수층의 부실 시공, 겨울철에는 자재 동결로 인한 갈라짐, 조경 고사 등의 하자가 자주 보고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공정 상의 단순 실수로 치부되며, 매년 같은 하자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자의 출발은 시공 현장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인 설계와 발주 과정에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예산확보 및 행정 절차 지연으로 인해 설계 용역 착수가 늦어지고, 시공 직전까지 설계가 마무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현장은 공사 착수와 동시에 설계를 검토하거나, 불확실한 설계를 바탕으로 공정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다수의 학교 공사를 한정된 기간에 처리하기 위해 형식적인 ‘표준 설계’가 반복 적용되는 현실도 문제다. 학교별 입지, 기후, 기존 시설 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도면과 시방서는 공사 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아 하자의 단초가 되기 쉽다.
발주 방식 또한 문제다. 공정 압박 속에서 입찰은 대개 가격 중심의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시공 품질보다 예산 절감이 우선시되는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책임감 있는 시공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시설 공사는 대부분 방학 기간 종료 직전에 마무리되며, 이후 바로 개학과 학사 일정이 시작된다. 이로 인해 충분한 시운전 및 품질 검수 절차가 생략되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하자가 발견되더라도, 시공사·감리·발주처 간 책임 공방 속에서 하자 처리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으며, 학교 측은 그 사이 시설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일부는 하자보수 기간이 지나고 나서 문제가 불거져, 보수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단순한 기술적 보완이나 시공사 교체만으로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자를 줄이기 위한 진정한 해법은 설계-발주-시공-검수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고 개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계단계 조기 완료 및 맞춤형 설계 강화는 예산 조기 집행 및 사전 설계 완료로 충분한 시공 준비시간 확보. 학교별 환경을 반영한 설계 도입 필요하다.
연중 분산 발주 체계 도입으로 방학 집중 발주 구조에서 벗어나, 야간·주말 시공이나 구역별 공사 등 유연한 방식이 모색돼야 한다.
입찰 구조 개선을 위해 단가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 시공 품질과 수행 능력을 중심으로 한 종합평가 방식 확대한다.
검수 및 하자관리 강화하여 공사 완료 후 일정 기간을 품질 점검 및 시운전 기간으로 확보하고, 하자 책임 소재 명확화 및 보수 기간 확대 추진한다.
학교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학생들이 일상을 보내고 교육을 받는 공간이다. 따라서 학교 공사는 예산 소진이나 일정 맞추기보다,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 교육권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하자 공사 이후의 ‘뒷수습’이 아니라,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부터 바꾸는 시스템 개혁이다. 교육의 공간을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이제는 공공시설 공사 방식 자체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