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경기도에서 500건이 넘는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했다.
교권 침해가 더 이상 개별 교사의 어려움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교육청이 교권 침해 발생 초기부터 교사를 지원하기 위해 약 300명의 교권보호전담관을 운영하려는 것은 현장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300명’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이들을 어디에, 어떻게, 몇 명씩 배치하고 어떤 사건을 맡길 것인가이다.
그동안 교권 침해가 발생하면 교사는 민원 대응, 사실관계 확인, 행정절차, 법률 대응까지 상당 부분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교권보호전담관의 역할은 바로 이 지점을 보완하는 데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초기 상담과 사실관계 확인부터 심리·법률 지원, 갈등조정, 행정절차 지원까지 연결해 교사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경미한 갈등은 대화와 조정으로 풀고, 악성 민원이나 명백한 교권 침해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500건이 넘는 사건에 300명의 전담관을 배치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충분한 지원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권 침해 사건은 모두 같은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 상담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있는 반면, 반복적인 악성 민원이나 심각한 갈등, 법률 검토와 행정절차, 수사기관 대응까지 필요한 사건도 있다. 사건 수만 놓고 보면 비슷해 보여도 실제 전담관이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전문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교권보호전담관 운영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사건별 업무량이다. 사건을 단순·경미·중대 등으로 구분하고, 사건의 복잡성과 처리 과정, 법률·심리 지원 필요성 등을 종합해 전담관의 업무량을 산정해야 한다. 한 전담관에게 단순 상담 사건 여러 건을 맡기는 것과 복잡한 중대 사건 몇 건을 맡기는 것은 전혀 다른 업무이기 때문이다. 중대 사안의 경우에는 전담관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맡기기보다 변호사, 상담·심리 전문가 등 관련 분야 전문가가 함께 대응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지역별 배치 역시 달라야 한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교육행정 권역 가운데 하나이며 학교 수와 학생 수, 교권 침해 사건의 발생 규모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300명을 단순히 지역별로 똑같이 나누는 방식이라면 인력이 필요한 곳에는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사건이 적은 곳에는 인력이 남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지역별 사건 발생 건수와 유형, 학교 규모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전담관을 탄력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전담관 개인별 업무 편차도 살펴야 한다. 같은 지역이라도 특정 전담관에게 사건이 집중될 수 있고, 법률이나 심리 지원이 필요한 복잡한 사건이 한쪽으로 몰릴 수도 있다. 따라서 ‘전담관 1인당 몇 건’이라는 단순한 기준만으로 업무를 배분해서는 안 된다. 사건의 난이도와 처리 기간을 반영해 전담관별 실제 업무량을 관리하고, 특정 인력에게 업무가 집중될 경우 즉시 재배치하거나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권보호전담관이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담관은 현장과 전문가를 연결하는 핵심 창구 역할을 하고, 법률이 필요한 사건에는 변호사를,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사건에는 상담·심리 전문가를, 갈등조정이 필요한 사건에는 조정 전문가를 연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전담관 한 명의 역량에 따라 지원의 질이 달라지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탄력적인 인력 운영이다. 교권 침해 사건이 특정 시기나 특정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에 대비해 고정된 인력 배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사건이 증가하는 지역에는 일시적으로 지원인력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사건이 적은 지역의 인력을 공동 대응에 활용하는 등 상황에 따라 인력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300명이라는 인력풀을 고정된 숫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 전체의 교권 보호를 위한 ‘가용 인력’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권 보호의 목표는 교사와 학생·학부모를 대립시키는 데 있지 않다. 교사가 안정적으로 교육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학생의 학습권도 지켜진다.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명백한 교권 침해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교사가 민원과 행정, 법률 문제를 혼자 떠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교권보호전담관 제도의 본질이다.
결국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은 시작점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2026년 상반기 500건 이상의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했다면 앞으로의 운영은 단순히 ‘300명 배치’라는 행정적 목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건별로 사건의 경중을 살피고, 지역별 발생 규모를 분석하며, 전담관별 업무량까지 세밀하게 조정하는 운영체계가 필요하다.
교권 침해를 당한 교사가 가장 먼저 느껴야 할 것은 ‘내가 또 혼자 해결해야 하는구나’라는 막막함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할 곳이 있고, 누군가 함께 대응해 주는구나’라는 신뢰여야 한다.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이 그 신뢰를 만들어내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숫자보다 현장, 일률적 배치보다 탄력적 운영, 단순한 사건 건수보다 실제 업무량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교사를 보호하고, 결국 학생의 학습권까지 지키는 진정한 교권보호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