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귀농 12년 차 문기래 농업인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고구마밭 사진은 한 농부의 안타까운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수확을 앞두고 무성하게 자라던 고구마밭은 하룻밤 사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뒤집혀 있었다. 범인은 멧돼지로 추정된다.
피해는 동생의 밭에서 먼저 시작됐다.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고구마밭이 모두 헤집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찾아가 보니 고구마 두둑이 곳곳에서 파헤쳐져 있었다. 문 씨는 멧돼지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울타리 설치를 권했다.
그러나 다음 날, 피해는 자신의 밭으로 이어졌다.
선산 맞은편 고구마밭 역시 초토화됐다. 사진을 받아 본 문 씨는 "애고나, 오호통재(嗚呼痛哉)"라는 탄식과 함께 허탈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마치 멧돼지들이 한 마리씩 한 고랑을 맡아 수확이라도 한 것처럼 두둑을 따라 끝까지 파헤쳐 놓았다"고 표현했다.
농부에게 밭은 단순한 땅이 아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흘린 땀과 시간, 그리고 한 해 농사의 희망이 담긴 삶의 터전이다. 그 터전이 단 하룻밤 사이 무너질 때 농민이 느끼는 상실감은 단순한 경제적 피해를 넘어선다. 수확을 기다리며 견뎌온 계절의 시간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농사는 멈출 수 없다.
문 씨는 피해를 확인한 뒤 곧바로 감자를 캐낸 텃밭으로 향했다. 김장 채소를 심기 위해 쇠비름을 제거하고, 비가 오기 전 트랙터로 로터리 작업까지 마쳤다. 야생동물 피해로 마음은 무거웠지만, 계절을 기다려주지 않는 농사는 다시 손을 움직이게 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먹이를 찾아 농경지까지 내려오는 멧돼지 역시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하고 있다. 산림 개발과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에 따른 먹이 부족으로 야생동물의 활동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생활권이 겹치면서 농작물 피해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농민이고, 쫓기는 것은 야생동물이다. 어느 한쪽만을 탓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전기울타리와 같은 예방시설 확대, 개체 수 관리, 서식지 보전, 그리고 피해 농가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과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농민의 생계를 지키는 일과 야생동물의 생존을 보장하는 일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문기래 씨가 SNS에 남긴 '초토화된 고구마밭' 사진은 단순한 농작물 피해 기록이 아니다. 그 사진은 오늘날 농촌이 마주한 현실과 인간, 그리고 야생동물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묵직한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