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말 개통 예정인 제3연륙교(청라하늘대교)를 두고 영종도와 청라국제도시 주민 간에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생활권 연결과 교통 접근성 개선이라는 공통된 기대감 속에서도, 시설 배치, 통행료, 지역 브랜드 가치 등의 측면에서 ‘혜택 불균형’을 둘러싼 갈등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관광시설 왜 우리 쪽만 빠졌나” 영종 주민 불만 고조
다리의 양끝을 연결하는 영종과 청라 양측에는 문화·관광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최근 인천시가 영종 측 주요 시설 일부를 축소하거나 계획에서 제외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당초 영종지역에는 하늘자전거, 하늘그네, 전망 데크 등의 체험형 콘텐츠가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일부가 철회되거나 변경됐다. 이에 대해 한 영종 주민은 SNS를 통해 “처음엔 지역 랜드마크로 만든다더니, 결국은 청라 쪽만 키우고 우리는 소외된 셈”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교통량은 영종이 더 많은데, 왜 혜택은 청라 쪽으로 기운 것이냐”, “이럴 거면 애초부터 공평한 계획도 아니었다”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청라가 더 이익”이라는 영종 vs “우리도 교통 혼잡 걱정”이라는 청라
영종 주민들은 제3연륙교 개통 이후 청라의 상업·부동산 가치 상승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청라 쪽만 수혜자가 될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영종 주민(45)은 “다리가 연결되면 서울 접근성이 좋은 청라에 사람이 더 몰리고, 영종은 그냥 지나가는 길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청라 주민들은 “청라 역시 다리 개통 후 교통 혼잡, 유입 인구 증가에 따른 생활 불편 등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며 “무조건 혜택만 보는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일부 주민은 “지금은 다리 연결보다 청라 내부 교통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명칭 갈등까지… “우리 지역 빠졌다” 감정 싸움 격화
다리의 공식 명칭이 ‘청라하늘대교’로 확정되면서 영종 주민들의 실망감이 이어지고 있다.
명칭 공모 당시 일부 영종 주민들은 ‘영청대교’, ‘제3연륙교’ 등 양측을 아우르는 명칭을 선호했지만, 최종 선정된 이름에 ‘영종’이 빠졌다는 점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영종 한 주민은 “청라 입장에선 좋은 일이겠지만, 우리는 또 하나의 '잊힌 지역'이 되는 것 같다”며 “지역 간 형평성이나 배려가 부족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통행료 면제도 ‘선긋기’… 감정의 골 깊어지나
인천시는 영종·청라 주민에게 통행료 면제를 추진 중이지만, 면제 범위나 방식에서 두 지역 간 차등 적용 가능성이 흘러나오며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청라 주민들은 “실제 다리를 자주 이용할 사람은 청라보다 영종”이라며 “전면 무제한 면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일부 제시하고 있다. 반면 영종 주민들은 “우리가 개발 당시부터 부담한 비용이 더 크다”며 무제한 무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생활권 통합 위해 갈등 완화 장치 필요”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생활권이 물리적으로 연결된다고 해서 사회적 통합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지역 간 정체성 충돌, 혜택 배분 불균형, 명칭 문제 등이 쌓이면 생활권 통합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발전연구원 관계자는 “다리 개통 이후에도 인근 주민 대상의 정기 협의체나 지역 활성화 기금 등을 통해 형평성을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3연륙교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지역 간 생활권 통합과 도시 균형 발전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누가 더 혜택을 받았는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면, 오히려 연결이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적이다.
물리적 연결만큼이나 중요한 건 주민 간의 신뢰와 균형 감각이다.
다리 위에 서 있는 건 강철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