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2025년 6월, 경기도의회가 구내식당 급식물품 납품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재공고했다. 겉으로는 평범한 행정절차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공공조달 시스템과 지역 상생의 미묘한 충돌이 드러난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명분과 '지역업체 참여 확대'라는 목표는 과연 함께 갈 수 있을까?
경기도의회는 해당 입찰에서 △경기도 내 본사 보유 △소기업·소상공인 인증 △영업배상책임보험 가입 △차량보험 보유 △각종 세금 완납증명서 제출 등 엄격한 참가 자격 요건을 요구했다.
하지만 실제 입찰에서는 응찰 업체 부족으로 유찰되며 재공고로 이어졌다.
한 중소 식자재 납품업체 대표는 "서류 준비만 해도 몇 날 며칠이고, 보증금·보험까지 준비하려면 납품 수익보다 손해가 크다"며 "결국 돈 많고 행정력 있는 몇몇 업체만 반복 참여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실제 기초금액은 약 4천1백만 원. 물품은 공산품류, 채소류, 어패류 등 255종에 이른다. 정기 납품은 물론 위원회 요청에 따른 수시 납품 조건도 붙는다. 공급 안정성과 식자재 품질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행정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실제 운영 부담은 영세 업체들에게 과도하게 전가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공조달 시스템은 본래 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행정의 논리와 현장의 체감도 간 괴리가 계속되고 있다.
소상공인협회 한 관계자는 “기초금액에 맞춰 견적을 맞추려면 마진을 거의 남기기 어렵고, 관련 서류 제출도 번거롭다”며 “지역업체라고 해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물품군이 통합 발주되는 현행 구조도 개선 대상이다. 일부 업체는 특정 품목(예: 채소류)만 납품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255종을 포괄하는 조건 아래에서는 아예 참여할 수 없는 구조다.
이번 유찰을 계기로, 경기도의회는 입찰 조건 완화와 행정 절차 간소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운영위원회 측은 “이번 재공고 이후에도 저조한 참여가 반복될 경우, 입찰 대상 품목의 분할 발주 또는 수의계약 전환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도의회는 향후 다음과 같은 개선책의 검토가 필요하다:
입찰 설명회 정례화를 통한 초보 업체나 신규 참여업체를 위한 이해도 제고
서류 간소화로 반복적으로 제출하는 보험·세금증명 관련 서류의 디지털화 추진
소규모 품목별 분리 입찰로 특정 품목만 납품 가능한 업체의 진입 장벽 완화
평가 기준 다변화로 단순 최저가보다 지역 기여도나 납품 이력도 고려
공공부문 조달은 단순한 ‘물품 공급계약’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경제의 순환고리이자 상생의 실험장이다. 그러나 제도와 절차가 지역 실정과 동떨어진 채 유지된다면, 참여는 줄고 구조적 불균형만 심화될 것이다.
‘공정한 입찰’이라는 기준에 ‘현실성’과 ‘포용성’이라는 가치를 더할 때, 진정한 지역 상생은 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회의 문을 넓히는 행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