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경기북부는 오랜 시간 개발 제한과 안보 논리의 경계 안에 갇혀 있었다.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산업 인프라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민간 투자는 갈 길을 잃었다. 그런 경기북부에 드디어 ‘전환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평화경제특구와 RE100 특구다. 경기도의회 임창휘 의원이 제안한 이 두 가지 특구 모델은 단순한 지역 개발 전략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중요한 실험이자, 새로운 국가 비전의 실천 도구다.
하지만 어떤 구상도 실행 없이는 허상에 머무른다. 평화경제특구와 RE100 특구는 그 성격상 복잡하고 민감한 요소가 얽혀 있다. 단순한 예산 투입이나 선언적 지원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금 이 구상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풀어내야 할 시점이며, 그 책임은 정부와 지자체에 동시에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은 제도적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일이다. 평화경제특구는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률적 틀을 갖추었지만, 실효성 있는 시행령과 세부 규정 없이는 현실에서 작동할 수 없다. RE100 특구는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통일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 법제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필요한 전력망 규제, 입지 규제, 환경 규제 등은 특구에 한해서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방정부, 특히 경기도의 역할은 그보다 더 실질적이다. 현장을 설계하고 유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지자체의 몫이다. 경기북부는 유휴 부지가 많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경기도는 이 자원을 단순한 토지로 보지 말고, 첨단산업의 에너지 기반지로 전환시켜야 한다.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산업단지, RE100 참여 기업을 위한 맞춤형 클러스터 조성은 지자체 차원의 전략적 기획이 요구된다. GH(경기주택도시공사), 농촌진흥원, 경기신보 등 산하 기관들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인프라, 금융, 인센티브, 창업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사회적 인식 전환과 민관협력의 체계화다. 특구는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 해도 주민과 기업이 이해하지 못하면 지속될 수 없다.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평화경제’와 ‘RE100’이라는 개념이 여전히 멀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교육과 홍보, 설명회, 참여형 의사결정 구조가 병행돼야 한다. 기업에게는 RE100 특구 참여가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총괄할 수 있는 상설 거버넌스 체계도 시급히 필요하다. 중앙정부 부처와 경기도, 군·시 지자체, 기업, 지역 주민, 전문가 집단이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인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정책을 점검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단발성 캠페인이 아닌, 상시적이고 유기적인 운영 체계가 바로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다.
임창휘 의원의 제안은 매우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평화경제특구와 RE100 특구는 각각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복합형 모델이다. 하나는 접경지역에 미래 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다른 하나는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흐름에 부응하는 동력을 제공한다. 이 둘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경기북부는 더 이상 ‘최전방’이 아니라 ‘선진 산업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이 구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가’이다. 정부는 결단을, 지자체는 구체적인 기획과 실행을, 지역사회는 공감과 참여를, 기업은 투자와 상생을 준비해야 한다. 특구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리고 그 성공은 지금 이 정책의 설계와 실행 능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