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칼럼/진짜한국 | 관계는 모두가 배워야 할 기술이다

  • 등록 202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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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뉴스원/경기뉴스1】 | 한 편의점 사장님이 말한다. “애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면 되지, 그 말을 못 하더라고요.” TV에 나오는 가족 갈등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똑같이 느꼈다고 한다. 서로 할 말을 못하고 눈치만 보다 결국 감정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될 텐데, 왜 못 하지?”

 

 

그 말 속에는 단순한 푸념을 넘어선 중요한 질문이 담겨 있다. 사람들은 정말로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배웠을까? 우리는 영어도 배우고 수학도 배우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의 기술은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곤 한다.

 

사장님 가게에는 알바생이 십여 명 된다고 한다. 그중 일부는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변명부터 한다고 한다. “이건 제 잘못이 아니에요”, “저는 몰랐어요”라는 말이 습관처럼 튀어나온다. 그러다 결국 일은 책임지지 않은 채 남 탓으로 끝나버리기 일쑤다. 사장님이 “나중에 회사 가면 그땐 어떻게 할래?”라고 물으면, “그땐 잘할 수 있어요”라고 답한다고 한다.

“지금 못하면서 나중엔 잘한다고? 말이 안 되죠.”

 

하지만 그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문제는, 지금 잘 못하는 게 게으르거나 성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진짜 ‘방법을 몰라서’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책임지는 법, 솔직하게 말하는 법, 실수했을 때 사과하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런 법을 가르쳐주는 시간은 별로 없다.

 

그래서 관계는 때때로 ‘배워야 하는 기술’이다.

그저 나이가 들었다고, 사회에 나왔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무조건 참거나 피하는 게 아니라, 적절하게 표현하고 조율하는 법. 잘못했을 때 자존심을 내려놓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받아주는 사회적 분위기. 모두가 조금씩 연습하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물론, 배우지 못했더라도 그 탓만 할 수는 없다. 성장은 결국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반대로, 아직 미숙한 사람을 비난하기 전에, ‘그 사람은 이런 걸 배운 적이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보는 사회적 여유도 필요하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영어, 수학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지만, 사람과 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아는 것이 더 큰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한, 관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리고 그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모를 때 배울 수 있는 용기’와 ‘가르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사회적 공부’일지 모른다.

유형수 기자 rt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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